인공지능이 말을 배우기 시작하자, 세상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드 속에서 피어나는 문장들

그는 원래 소설가였다. 아니, 적어도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글이 팔리지 않았고, 글쓰기보다 수정을 요구받는 일이 많아졌다. 어느 날, 클라이언트가 말했다. “이건 그냥 GPT로 뽑아도 비슷한 거 나와요.” 그 말은 그의 가슴을 쿡 찔렀다. 마치 세상이 조용히 문을 닫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 말이 그에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날 이후 그는 LLM, 그러니까 대규모 언어모델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글을 흉내 내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처럼 언어를 이해하고 문맥을 분석하며, 때로는 창작까지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자, 그는 그 기술이 두려움이 아닌 ‘동료’처럼 느껴졌다. 모델은 문장을 만들어내고, 그는 그 문장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다시, 텍스트는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용은 줄고, 가능성은 커졌다

예전에는 이런 인공지능 모델을 만들기 위해 수천억 원의 자금과 수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픈소스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로컬 환경에서 구현 가능한 경량 LLM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술적 장벽이 낮아지면서, 대학생도 자신만의 AI를 훈련시키고, 중소기업도 자사 서비스에 자연어처리 기능을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한국 기업들도 자체 LLM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브레인, 네이버 하이퍼크로버, LG AI Research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한국어 데이터에 최적화된 모델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던 LLM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한다. 단순히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언어’에 맞춘 로컬 최적화가 핵심 전략이 되었다.

AI는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였다

LLM은 이제 단순한 ‘기술’ 그 이상이다.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고, 일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존재다. 고객 응대, 제품 추천, 콘텐츠 생성, 법률 문서 요약, 의료 기록 정리 등 사람이 해야 했던 반복적이고 고비용의 작업이 AI를 통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곧 **‘시간의 혁신’**이자 **‘비용의 최적화’**였다.

 

한 스타트업은 매출이 정체되던 온라인 쇼핑몰에 LLM 기반 챗봇을 도입한 후, 고객 만족도 40% 상승, CS 인건비 30% 절감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또 다른 교육 플랫폼은 LLM으로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며, 재수강률과 학습 지속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이 모든 건 사람이 AI를 두려워하지 않고, ‘같이 일하는 동료’로 받아들였을 때 벌어진 변화였다.

누구나 하나쯤은 AI를 품을 수 있는 시대

요즘 그는 퇴근 후 집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오픈소스 LLM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대화형 캐릭터를 만드는 중이다. 그 캐릭터는 어린 시절 할머니의 말투를 기억하고, 동네 골목 이름을 알고 있으며, 그가 힘들 때면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기술이지만, 감정을 건넬 수 있었다. 이제 누구나 하나쯤은 자신만의 AI를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시대. 그것은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디지털로 다시 꺼내는 기분이다.

 

수익 창출 역시 거창할 필요는 없었다. 어떤 이는 LLM을 활용한 전자책을 출간했고, 어떤 이는 고객 상담 자동화 솔루션을 만들어 소규모 사업자에게 제공했다. 또 다른 이는 단순한 블로그 운영자였지만, 매일 AI로 글을 생성해 애드센스 수익을 수십만 원씩 늘려가고 있었다. 거대한 자본이 없어도, 아이디어 하나와 열린 태도만 있다면 누구나 이 세계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기술이 인간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끌어올리는 날까지

물론 모두가 AI를 반기는 건 아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그는 믿는다.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기술을 통해 더 인간다워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이 흐름의 본질이라는 것을. 감정을 가진 것은 여전히 인간이었고, 상처를 알아보는 눈도, 진심을 전하는 말도 결국 인간의 것이었다.

 

그는 지금도 글을 쓴다. 단지 예전보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GPT는 그의 머리를 정리해 주고, LLM은 아이디어를 뻗어나가게 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적는 손은 언제나 그의 것이다. 그렇게 AI와 함께 써 내려가는 세상 속에서, 그는 처음보다 더 사람다운 이야기를 적고 있었다.